
" 아씨께서 이 날씨면 용궁이라 하시는구나… "

[ 옥형신녀 ]
◆
Rank S


예 자야
Ye Xayah


GUILD
LUCE
POSITION
딜러
AGE
23세
HEIGHT
173cm
GENDER
-
지인 커미션
기척 없는 움직임의 끝자락에는 미미한 방울 소리만 남더라. 잔 하나를 들 때도 유려해 보이는 손짓과 사뿐한 발걸음은 어릴 적부터 받은 교육의 산물이었다. 잔잔히 흔들리는 끈 귀걸이, 손등 너머까지 덮는 폭 넓은 소매, 그리고 체구를 크게 감싸는 매끄러운 한복은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매일 착용하는 의복이다. 허리춤엔 무구로 사용하는 무령(巫鈴)과 부채가 단단히 걸려있다. 큰 의뢰를 수행할 땐 형형색색의 무거운 무복을 정석대로 착용하나 헌터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이 모습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군가 발에 채는 치마가 거추장스럽지 않으냐 묻는다면 자야는 늘어뜨린 소매로 입을 가려 웃는다. “쇼맨십이 영업 비결이란다. 주는 신뢰부터 다르잖니?”
인적 드문 물가의 어스름을 연상케 하는 요요한 인상. 굽은 곳 없이 직선으로 뻗은 머리카락은 허리 근처까지 짙푸름을 차분하게 드리웠다. 평소엔 흩날리는 옆머리를 한 줌 정도만 잡아 가락지 형태의 금속 장식으로 묶어둔다. 장신구의 둥근 테를 따라 음각으로 새겨진 한자는 칠성신을 향한 기도문, 칠성경의 한 구절이라고. 새하얀 눈동자를 길게 가르는 검은 홍채는 마치 백지 위 붓의 결대로 찍은 먹 같다. 자야는 희뿌연 묘안을 가리키며 “정말 묘(猫)하지…” 라는 말장난도 곁들인다. 느슨히 뜬 눈매 속 눅눅한 습지같은 시선은 본질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니 자야는 상대의 눈을 또렷하게 응시했다. 간혹 숨이 붙지 않은 객들에게도 내어주는 예의였다. 은은하게 말려 올라간 입가 근처엔 작은 점이 박혀있다. 아는 이든 모르는 이든 마주치면 대뜸 건네고 보는 명함에도 이 점을 상징하는 디자인이 포함되었다.

외관
◆ 공명설화(空鳴說話)
소리 없는 울음에도 이야기는 전해진다. 이것은 감히 경청을 바란 미물에게 베푸는 자비일지니.
소리가 나는 도구를 통해 신통력을 물리력으로 변환할 수 있다. 자야는 이를 염원이 담긴 기도에 돌아온 신령의 답이라 말했다. 다만 힘을 가진 하늘의 언어는 지상에 곧장 닿을 수 없어 중간 매개를 이용해야 한다. 소리만 나면 되므로 탬버린, 마라카스, 심지어는 아이들 딸랑이까지… 종류는 무방하다. 자야는 그 통로로 굿을 할 때 흔드는 방울을 채택하고 있다. (극히 드물게 방울이 망가졌을 때나 대체품을 쓴다.) 이능을 사용할 땐 쓰는 물건이 어떤 종류든 고유한 울림은 극도로 축소된다. 가령 시끄러운 굉음이 나는 꽹과리를 세게 치더라도 능력을 담을 시 미약한 소음 선에서 그친다. 자야의 옥으로 만든 무령 역시 고요한 무음에 가깝다. 이를 누군가는 빈 울음소리, 공명(空鳴)이라 칭했다.
활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무구로 일으킨 파동에 신력을 실어 공격하는 음공으로, 이는 대상의 청각과 관계없이 진동 자체에 물리력을 담는 방식이다. 진동이 닿을 수 있는 실체만 존재한다면 공격은 유효하다. 유효 반경은 크리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시 범위와 비슷하다 추측 중이다. 나머지 하나는 변환한 신력을 일시적으로 살아있는 육신에 감싸거나 깃들게해 보호ㆍ강화하는 방식이다. 이전된 신령의 기운이 옥빛을 띠며 대상 주변부를 감돈다.
등급이 상승하며... 능력 사용 시에도 무령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모든 울림을 먹고 차분한 정적을 지키던 무구들은 이제 저만의 맑고 청명한 음률을 노래한다. 이것이 비단 긍정적이라 볼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전투 중 신명 날 수는 있겠다.
범위, 위력의 확장은 둘째치고 대체 등급과 무슨 상관인 건지 하등 쓸모없던 부적 -심지어 무속적 측면에서도-에 일시적으로나마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부적의 효능은 승급 이전 신체에 신력을 깃들도록 하던 효과와 같다.
방법은 이러하다. 부적에 방울을 흔든다. 그리고 강화하고자 하는 부위에 옥빛 기운이 담긴 부적을 붙인다.
유효 시간은 약 반나절에서 하루인 듯.

이능력
계산적인 | 야망 있는 | 의뭉스러운 | 늙은이
계산적인, 야망 있는
“ 저런, 복채는 현금 우대지만… 당신은 카드로 받아줄게. ”
자야는 탁월한 장사꾼이다. 어릴 적부터 수입을 제 손으로 벌어온 덕인지 돈의 흐름에 눈이 밝다. 혹자는 신령이 아닌 돈 귀신이 붙었다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자야는 항상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바삐 두드렸다. 모든 거래에는 이익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비단 금전 보수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당장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없더라도 그 너머의 많은 투자 가능성을 엿보려 애쓴다. 명예와 권력에는 반드시 재물이 따르는 법. 시커먼 속물, 장사치면 어떠한가. 수가 매겨진 자산은 배신하지 않는다.
의뭉스러운
“ 후후... 오늘은 물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 ”
매사 옅게라도 웃는 낯이기에 외려 속을 모르겠다는 주변의 평이다. 어릴 적부터 꿍꿍이가 있을 거라며 의심을 사는 통에 이제는 자야도 미심쩍은 눈빛을 즐기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일에도 수상한 말을 남기거나 어깨 너머 허공을 응시하는 일이 잦다. 사실 의미심장한 발화의 대부분은 장난인지라 속아 넘어가는 치들이 반, 우스갯소리라 여기는 사람 반이다. 그러나 눈치 빠른 이라면 자야에게 경계심을 곤두세울지도 모른다. 은폐하거나 속이려 마음먹은 일을 교묘한 언변으로 덮어버리는 건 기본, 원한은 절대 잊지 않아 끝의 끝까지 기억해 두는 좁은 속의 소유자임을 알아챘을 테니!
늙은이
“ 그 또한 이치대로 흘러가는 법이니… ”
성인이 된 지 이제 3년하고 반인 초년생의 나이. 그러나 말하는 어투나 행동, 뻔뻔함, 하다못해 입맛까지 60대 어르신과 비슷하다. 고아한 말씨로 입버릇처럼 읊는 운명론은 공원에 모인 노인들의 화제와 다를 바 없어 자야의 나이를 믿지 않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런 사고와 태도는 신내림이 미약하나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 세상을 다 살아본 듯 얘기하더라도 결국 자야는 아직 소화하지 못한 진리들이다. 절대적인 경험과 시간의 부족은 때때로 허점을 만들곤 한다. 예를들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거친 말버릇이라던가.

성격
연표
2023년 예 순심 출생
2031년 9살, 신내림과 함께 이능력 각성. 그러나 어린 순심은 이능력을 인지하지 못했다. 시스템창을 신령의 부름이라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2034년 12살, 굿을 하다 방 안의 모든 제기를 깨먹었다. 이능력의 존재를 처음 깨닫는다.
2036년 14살, 훈련한 이능력을 무속 활동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극적 연출을 위해 각성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2038년 16살, 등록을 따로 하지 않고 이능력으로 작두를 타기 시작했다.
2039년 17살, 굿을 믿지 못하는 고객이 건넨 횟칼로 즉석해 작두를 타다 큰 화제가 되었다. 이에 동종업계 무속인들은 무당이 아닌 단순 이능력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40년 18살, 더는 업계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피할 수 없자 뒤늦게 각성한 척 이능력자 등록을 마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능력을 신령의 넘치는 사랑으로 둔갑한다.
2042년 20살, 3월 헌터 시험에 합격해 무영 길드 소속 헌터가 된다.
2045년 23살, 예 자야로 개명, 무영 길드에서 LUCE길드로 이적한다.
23년 7월 21일 자시(子時), 서울의 모 산부인과에서 순심이 태어났다.
대대로 칠성신을 모셔 온 무속인 예 씨 집안 장녀의 탄생이었다. 아버지인 박수 요광(搖光)장군 예 덕근 씨는 맏딸의 출생 이후 계룡산에서 7일 밤낮으로 기도하였으며 이에 부응하듯 순심은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순탄한 삶이 이어졌다면 좋았으련만, 순심이 9살이 되던 해 이유 없는 병치레를 앓기 시작했다. 거동이 힘들 수준의 근육통과 들끓는 열이 며칠 간 지속되었다. 진단명은 신병(神病)이었다. 순심의 할아버지는 내다 본 일처럼 기민하게 내림굿을 준비했다.
마침내 그 해 겨울, 예 씨 집안의 아기신녀가 아버지 요광장군의 자리를 이어받아 새로이 무속 활동을 개시했다. 예 씨 집안에서는 순심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각종 미디어 매체에도 홍보를 아끼지 않았다. 받아쓰기할 나이부터 북두칠성의 다섯 번째 별 옥형성(玉衡星)을 모셔 온 어린 무당. 신령의 축복을 듬뿍 받아 18살에 능력 각성까지 마쳤다. 여기까지가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실상 이 이야기는 첫 줄부터 다시 쓰여야 한다. 애초에 순심의 아버지 예덕근 씨는 박수가 아닌 일반인이다. 순심에게 내림굿을 해준 할아버지 예덕형 씨 역시 일반인이다. 둘 다 무속인임에도 신기가 없는 사기꾼이란 뜻이었다. 예 씨 집안의 신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순심의 증조할아버지 이래로 대가 끊겨있었다. 그렇다면 2대가 연기자인 집안에서 순심은 어떻게 신내림을 받을 수 있었는가? 이 답은 신령님만이 아시겠지만,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되었든 가위조차 눌리지 않는 일반인이 흉내 낸 내림굿에 거대한 별이 내려앉았다. 덕분에 3대까지 이어질 뻔한 사기극은 진실로 탈바꿈했다. 예 씨 가문에서는 약 70년 만에 맞이하는 참된 진짜배기 신이었다.
무속인 옥형신녀
북두칠성의 신격인 칠성신 중 천벌을 주관하는 5성, 옥형성(玉衡星) 염정을 모신다. 이른 나이부터 뛰어든 무속 업계에선 알아주는 스타 무당 축에 속한다. 방송에도 초빙돼 자주 얼굴을 비추었으며 지금은 정계나 기업, 일명 ‘큰 손님’에도 연줄이 닿아있다. 반면 학업엔 재능도 연도 없었다. 학창 생활을 즐기기보단 점집의 탁자 앞에 앉아있던 시간이 많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전국 서낭당을 순회한 일이 잦았다. 19살부터 본격적으로 점집 운영에 관여해 왔다. 시대에 맞춰 유튜브 채널 개설하고 특수 부적을 직접 쓰기 시작했다. 오랜 단골고객에겐 살을 날려주는 비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최근엔 청년층 타겟으로 타로까지 손을 댔다고. 2045년 기준 자야의 채널 칠성궁TV 구독자 수는 16.3만이다. 부적의 경우 누군가의 명운과 관련된 건은 받지 않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던전의 파훼법이나 게이트 발생 역시 점치지 않는다. 아씨는 내세의 인과율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야의 주장이다.
요즘 떠도는 소문 중 하나는 예 씨 집안의 가보이자 전통의 상징인 칠성도가 가품이라는 소문이다. 누군가 칠성궁에서 보유한 칠성도를 다른 장소에서 보았다는 증언. 그리고 칠성궁에 걸려있는 칠성도 구성에서 다섯 번째 신, 염정의 자리에 해당하는 인물 얼굴에 수염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자야가 제 신령을 칭할 때의 호칭은 ‘아씨’다. 이와 관련된 댓글이나 의견은 전부 삭제 처리된다.
헌터 예 자야
신내림과 동시에 각성한 순심은 18살이 되던 해, 모종의 이유로 예정에 없었던 이능력 등록을 마쳤다. 크리처와 귀(鬼)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으나 순심은 이능력을 신의 권능이라 해석하였다. 예로부터 무당은 민간에 뿌리내린 두려움 속에서 생을 이어가는 대리인이었다. 현대 시민들은 살에 닿는 공포인 던전에 주목했으니, 이제는 그곳으로까지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순심은 대입 대신 헌터 자격시험 준비를 택했고 성인이 되자마자 응시한 헌터 시험에서 실기 우수, 필기는 턱걸이라는 평균 성적으로 합격했다. 이후 30~40위 권을 오가는 무영길드에 소속해 본격적인 헌터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무속인으로서 이름을 알린 순심이었으니 칭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옥형신녀'다.
2045년 7월 29일 기준, 6개월 전 무영에서 LUCE로 이적했다. 우연히 나간 외부 지원을 계기로 천운같이 날아온 스카우트 제의였다. 순심이 이 제안을 마다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스카우트 제의 당일 여유 자금의 반을 털어 LUCE의 주식을 매수했다. 길드의 성장을 신뢰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던진 도박적 투자였다.
이적 시기, 22년간 썼던 순심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예 자야'로 개명한다. 글로벌 시대답게 해외에서도 통용하기 쉬운 어감과 더불어 오행 사주까지 고려한 석 자였다. 순심이라는 이름에는 여전히 정감을 느끼고 있으며 딱히 거부감도 없다.
그간 던전 의뢰는 개인 단위로 수주한 소규모 의뢰가 대부분이었으나, 길드 안팎으로도 협업이 잦은 축에 속했다. 사명감은 희미하나 시민들이나 외부에 모습을 비칠 땐 정갈하고 인자한 ‘성녀’를 표방한다. 가히 이미지메이킹과 영업에선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니 예고 된 부산시청 게이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지도만으로 돈이 벌리는 시대다. 자야는 이번 던전의 끝에는 부가 있으리라 확신했다.
트라우마
트라우마 수치가 증가할수록 닫혀있던 귀안이 열린다. 어렴풋한 기운으로만 느껴지던 삿된 존재들이 점점 명확하고 끔찍한 형체를 갖춰 시야를 어지럽힌다. (*30~) 귀(鬼)로부터 나약한 그릇을 보호하기 위한 신령의 배려였을까? 이와 비례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이 좁아진다. (*90~) 무감해진 입꼬리는 굳어 올라가는 일이 없고 가라앉은 시선은 침전물처럼 구석을 배회한다.

기타
[옥형신녀], [왕위를 계승중입니다], [승부사], [신성]
